어느 선교사님의 고백…

사모님.
저는 누가 저를 사모님, 선교사님이라고 부르면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했던 사람입니다.
그 말이 너무 부담스럽고 편하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저를 부를 말이 그 것 외엔 딱히 마땅한 것이 없기에 그렇게 부를 수 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제게 불려지는 그 이름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제 삶이 그 이름에 걸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삶을 아는데.. 내 삶이 그들에게 보여지는 것과 다른데..
스스로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잘 살면 되는데, 그것이 안됐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제 삶은 점점 더 그 이름과 멀어지고..
그 소리가 듣기 부담스러워서 교회 가지말고 집에서 예배 드리면 안될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었습니다.

저는 지난 10여년 간 세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 외에는 한 것이 없습니다.
첫 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 몸이 굉장히 약해지고 힘들어졌습니다.
특별히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해진 몸이 잘 회복이 되지 않고 긴 시간을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그러니 제 몸 하나, 점점 약해지고 황폐해지는 제 마음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들었기에 아이들을 잘 양육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들을
제 기분 따라, 제 감정 따라 함부로 대하고 막 대했습니다.
이러면 안되지, 잘 해야 하면서도 생각과는 다르게
아무 것도 아닌 일,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일에도 심하게 혼을 내고, 야단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이 곳에 살면서는 교제할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아이들이 굉장히 외로워하고 힘들어했습니다.
친구와 가족들이 그립고 한국이 그립고.. 그런데 이것은 한국에 가지 않는 이상은 해결이 될 수 없는 일이다보니,
처음에는 위로해주고 받아주고 하다가 나중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 그만 하라고 혼내고 야단쳤습니다.
아이들도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할 사람이 엄마 밖에 없는데..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니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았을 것입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나 밝고 예뻤던 큰 아이는 점점 웃음을 잃고 어두워졌습니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선교사 자녀들이 짊어져야할 어쩔 수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교사 자녀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심하면 무신론자까지 되는 상황들을 보고 들어왔기에..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또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만 했을 뿐,
복음이, 예수님이 아이들의 상한 마음을 고치시고 회복시키실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점점 이곳을 벗어나고 싶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자꾸 자꾸 들고,
이런 마음들이 점점 강해지고 견고해져서 내 마음과 영혼을 사로잡고 나를 뒤흔드는데도
복음이, 예수님이 나를 고치시고 치료하시고 회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 모든 힘든 상황들은.. 선교사로 살기 때문에, 십자가의 길을 가기 때문에 겪게 되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해결 방법도 없고, 답도 없고 그냥 어쩔 수 없는 어려움과 문제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지난 시간이 얼마나 얼마나 어둠에 갇혀 혼미한 상태로 있었던 것인지 분명하게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 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복음의 능력이 내 삶에 하나도 없이 사는데,, 그러면서도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복음을 모르고, 예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니 해결 방법도 길도 답도 모르고 그냥 어둠에 갇힌 채 살았던 것입니다.
말이 좋아 개차반이지, 차반 자리에 ‘쓰레기’를 부족한 삶이었습니다.

처음 그 복음을 듣고..
아, 이거였구나 하고 받아들인 남편과 달리,
저는 혼란스럽고 충격적이고 힘들었습니다.
지금 내가 안 믿었다고 하는 말인가.
내가 복음을 몰랐다고?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안 믿었다고 한다면, 지난 내 삶을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복음을 몰랐다고 한다면, 복음을 모르고 어떻게 이렇게 살수 있다는 건지 말이 안되는 소리였습니다.
내가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었다고 하면, 도대체 지난 내 삶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억울하고 혼란스럽고 납득하기 힘든 마음이 컸습니다.
남편과 같이 매일 그 복음 설교를 들어오다가,
중간에 나는 더이상 못듣겠다. 혼자 들어라. 나는 듣기 싫다.
안 믿었다는 게 말이 되냐. 그럼 안 믿고 어떻게 그동안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거냐.
난 앞으로 안 들을테니 들으려면 혼자 들어라. 남편에게 악다구니를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그 복음을 거부하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것은,
내 삶 속에 가득한 문제들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예수님을 믿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설명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복음을 안다고 말하면, 복음의 능력이 내 삶에 하나도 나타나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힘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둘 중 하나였습니다.
내가 안 믿는 것이거나, 나를 구원하시는 예수님의 능력이 이 정도인 것이거나.

처음에는 내가 예수님을 안 믿었다고 말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예수님을 믿었다고 말하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예수님을 믿는 게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이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믿었던 것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쉬워졌습니다.
복음을 몰랐다고 말하는 것이 복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보다 쉬워졌습니다.
나는 복음도 모르고, 예수님도 믿지 않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해졌습니다.
이제는 복음을 모르고 예수님을 믿지 않았으면서, 알고 믿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것임을.. 압니다.

그 복음의 능력은 죽은 자를 살리는 구원의 능력.
그 복음을 깨달아가면서 많은 변화들을 경험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제 내가 내 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때는 도무지 내 마음의 상태가 어떠한 샹태인지,
내 마음이 왜 이토록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내 영혼은 어떠한 상태인지 스스로 볼 수도 없고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누가 보고 말해주지 않아도 알겠습니다.
생명의 말씀의 빛이 이 어두운 마음을 비추니..
어두움이 빛 가운데 드러나게 되서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은혜인지.. 얼마나 크고 큰 은혜인지 모릅니다..ㅠㅠ
이 마음을 도저히 볼 수도 없고 알 수가 없어서 정확한 진단을 할 수가 없어서,
고치고 치료하고 회복할 방법도, 길도, 답도 도무지 알지 못한 채 살았던 것입니다.

이제 제가 제 상태를 알겠습니다.. 그냥 알아집니다.
그 복음을 깨달아가고 마음으로 믿어가고 있는 길 위에 있습니다.
스스로 깨닫는 것도 아니고, 내 힘으로 믿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생명의 주께서 당신의 빛으로 비추시고 은혜로 이끌어가시는 것을 분명히 압니다.
그러나 저는 죽은 자 가운데 부활하신 주님 앞에 100퍼센트 온전히 굴복된 상태도 아닙니다.
제가 이것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저를 아는 어떤 사람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괜찮다고. 왜 그러냐고. 굴복의 기준이 뭐냐고…
그 기준을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냥 제가 알겠습니다.
그냥 알아집니다. 지금 나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온전히 굴복된 사람이 아닌 것을..
이것이 어찌 이리 더딘 것인지 너무나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감사하고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없고, 알 수 없어서 40년을 어두움 가운데서 죄의 종노릇 하며 예수를 믿는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세상의 어떤 전문가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의 도움 없이,
오직 그 복음의 광채 앞에서 그 생명의 말씀의 빛으로 내 마음을 비추시는 은혜로 말미암아 내 마음을 보고 진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아직 숨도 고르지 않은 채 물어봅니다.
“엄마, 만약에 지금 이 나라가 끝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응? 무슨 뜻이야?”
“만약에… 지금 이 나라가 끝나면.. 나는 지옥에 가는 거예요?”
“아니야. 너는 지금 예수님의 부활을 믿어가고 있잖아. 걱정마.”
“내가 완전히 믿는 게 아니면요?”
“괜찮아. 걱정하지마. 우리가 계속 기도하고 있잖아.”
얘기해줬지만 아이의 얼굴은 좀 어두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아이들 먼저 식사를 마치고, 제가 혼자 저녁을 먹고 있는데 살며시 제게 다가왔습니다.
“엄마, 사실은.. 예수님이 진~짜로 부활하셨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그래서 나는 아직 예수님의 부활을 마음으로 믿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걱정이 돼요.” 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걱정하지말고 계속 기도하자.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이 에수님의 부활을 더 온전히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실거야.” 라고 대답해주고,
집안일들을 마무리 하는데..
너무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 주님.. 감사합니다.. 이 작은 아이도 자기의 마음을 볼 수 있다니요.
스스로는 도무지 들여다볼 수 없는 이 어두운 마음을,
주님이 비추시는 빛 안에서 볼 수 있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기도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줬습니다.
우리가 우리 마음이, 우리 믿음이 어떠한 상태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은혜라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가 아니면,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우리 마음에 이미 예수님의 부활의 광채가, 그 복음의 생명의 빛이 비춰졌기 때문에
내 믿음이 어떤 상태인지,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내가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이것은 내가 스스로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알게 해주시는 큰 은혜라고..
엄마는 지난 40년 동안 엄마의 마음을 도무지 들여다 볼 수 없어서 믿지 않고 있으면서도 믿는다고 착각하고 살아왔다고..
그런데 너희는 지금 너희 마음과 믿음이 어떠한 상태인지 깨달을 수 있으니 이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모른다고..

그리고 다같이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우리가 더 예수님이 죽은 자 가운데 부활하신 것을 마음에 믿게 해달라고,
죽은 자 가운데 다시 살아나셔서 그 손과 발에 못자국과 옆구리의 창자국을 보이시며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을 우리 마음의 눈으로 더욱 선명히 보고 믿게 해달라고,
그래서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 영존하신 아버지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온전히 굴복이 되게 해달라고..

지나온 내 삶을 설명할 길이 없어서 나는 예수를 믿지 않는 게 아니었다고 우기던 제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그 복음을 마음으로 깨달아가며 보니
지나온 제 삶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ㅠㅠ
쓰레기 같은 삶을 사는 죄인인 저를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시며 때를 따라 은혜를 주시고 지금까지 인도하셨습니다.
영존하신 아버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빛 가운데로, 그 생명으로, 그 진리로, 하늘 나라로 이끌어가고 계십니다.
얼마나 감사하고 감사한지.. 얼마나 놀랍고 감격스러운지 모릅니다.

사모님께서 보내주신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났습니다.
죽 죽 그어놓은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 대신 글을 쓰신다는 말씀에..
나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얼마나 제 마음이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소망을 얻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통해 하나님께서 일 하시다니요..ㅠㅠ
이 은헤를 이 사랑을.. 다 표현할 수 가 없습니다..
보내주신 복음편지의 화답을 보며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놀라우신 하나님.. 놀라우신 아버지.. 놀라우신 주님의 은혜와 사랑..
너무나 신기하고 기이하고 감사하고 감격스럽습니다..

귀하고 귀하신 선교사님. 이라고 쓰여진 편지 제목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귀하다는 말도, 선교사라는 말도.
제 마음에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을 보며 놀랐습니다.
감사하고 감격스럽고 영광스럽게 들립니다.
이 귀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에 나를 두시다니..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영광스럽습니다.
이 또한 제게는 정말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ㅠㅠ

사모님.
목사님과 사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린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남편이 2주간 집을 비운터라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조금 무리가 되었고,
친정 부모님댁에, 또 남동생 가정에 어려움이 생겨서
이래 저래 알아보고 마음을 쓰느라 그 날은 조금 힘이 들었었습니다.
어느 가정에나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큰 어려움이 아니니, 염려마세요..^^
그리고 저희 가정을 위해 새벽 문을 열고 기도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ㅜㅜ
정말로 기도의 힘으로 저 어제 오늘을 쌩쌩하게 잘 지냈습니다^^
오늘은 저희가 그 복음을 전해온 친구가 집에 놀러와서 아이들과 놀고 저녁도 먹고 같이 자고 있습니다.
저녁에 기도 시간에 함께 말씀도 보고 기도도 했습니다.
아직 그 복음을 깨달은 것은 아니지만 예수님을 더 알고 싶고, 계속 관심이 생긴다고 합니다.
함께 말씀을 나누고 기도를 하면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기적 같은 일이 생겼을까.. 우리 힘으로 할 수 없었던 일을
주님께서 친히 우리 가운데 거하시며 이루어 나가심에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이 친구가 주님의 자녀가 되어 함께 주님을 예배하고, 함께 주님을 증거하게 될 날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귀한 섬김으로 귀한 그 복음을 온 열방 가운데 나누어주고 계시는 사모님.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 아버지께서 사모님의 마음의 모든 소원을 아시니..
아버지께서 그 마음의 소원을 들으시고 귀하게 이루어가실 것을 믿습니다.

감사와 사랑과 기쁨을 전하며
편지를 줄이지만 제 마음은 계속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쓸 수 있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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